어렸을 때부터 혼자 광주극장에 달려가 독립영화를 관람하곤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용돈을 모아서 한표 한표 사 모은 표는 어느새 300여 편이 넘어갔다. 그 많은 나의 영화 플레이리스트 중에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없었다. 그냥 꺼려 했었던것 같다.
학업, 프로젝트 등 일에 치이듯이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asus Expert B9 노트북 하나만 들고 달동네 골목 작은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탭을 잘못 클릭해서 즐겨찾기 되어있는 영화 커뮤니티에 접속했고 거기에서 홍상수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이끌리듯 광주극장으로 향했다. 광주극장은 여전했다. 넓은 단관극장 상영관에는 나를 포함해서 10여 명 남짓한 관객이 자리했다. 20대로 보이는 관객은 나뿐이었고 대부분 40~60대로 보이는 중년층 관객이었다.
영화는 빠르게 몰입시켰다. 단조로웠다. 심플했다. 그럼에도 긴 롱테이크 영상들은 강한 힘이 있었다. 힘을 가진 흑백 영상 속에서 홍상수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꺼내놓는다.
권해효 배우가 연기한 ‘박 감독’은 김민희 배우를 보고 ‘아깝다’고 한다. 소설가 주인공은 왜 아깝냐고 한다. 도대체 뭐가 아깝다는 것이냐고. 세간의 김민희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에 녹아있다.
너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좋아서 내가 하고싶을 때 내가 찍겠다는데.
'소설가의 영화' 등장인물은 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 장소를 결정하고 편한 사람들이 편한 상황에서 편하게 보이는 행동을 포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소와 배우가 정해져야 그곳에 스토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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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 전문가의 전유물이였던 영상 편집을 이제는 누구나 쉽게 한다. 일반인들이 프리미어나 다빈치 리졸브나 파이널 컷을 쓸 필요도 없다. 그저 앱을 깔아 버튼 몇 번이면 된다. 굳이 포토샵을 이용해서 고급 보정을 할 필요 없다. 스노우 앱 한번 깔면 끝난다. 기술 발전에 더불어 전문가 영역의 진입장벽이 옅어져버린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누구나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영상을 선보일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디에서 차별화 해야 할까? 누구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누구나 편집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예전처럼 창작의 고통속에서 음악을 만들지 않고 그저 샘플링 사이트에서 긁어와 레고 블록마냥 조립하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그저 조립하면 된다. 이런 시대에 무엇을 차별화 해야 할까?
창작의 원천에 대한것.
프리 프로덕션 에서의 기획, 스토리, 치밀한 구성에서 전문가의 실력이 드러나고 거기에서 기술발전에 따라 쉽게 만들려는 사람과 차이가 난다. 많이 공부해 봐야 한다.
수많은 레고블럭화된 음원, 레퍼런스라는 방패 안에서 행해지는 무분별한 표절음악들. 음악또한 레고블럭에서 눈을 돌려 창작의 원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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